-2008 한국 평화활동가대회 참가 후기-
    평화운동, 새로운 길을 나서다 
    글_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아름다운재단 ‘2008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 사업으로 “2008 한국평화활동가대회”가 ‘평화운동, 새로운 길을 나서다’라는 주제로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충북 괴산 조령산 자락에서 열렸습니다. 약 70여명의 국내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평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상상력을 쏟아 냈던 열정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8 평화활동가대회를 다녀왔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충북 조령산에 위치한 이대 고사리 수련원이라는 곳이었는데 도착지로 서서히 다가갈수록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쾌한 기분이 더해져서인지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내가 '평화활동가'?!
 

올해로 5회 째를 맞게 된 한국평화활동가대회는 제목에서도 대충 알 수 있듯이 국내 평화운동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따라 매 년 개최되어 왔다. 그간 ‘평화활동가’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져서인지 대개 평화와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둔 전문가,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교사 등의 사람들이 주로 참여해 왔다. 사실 평화란 개념은 굉장히 모호하고 포괄적일 수 있어서 저마다 평화에 대한 상이 다르고,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일 수 있다. 올해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진행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개인 관심거리, 활동하는 분야가 무지개 색깔을 모아놓은 것처럼 다양하게 느껴졌다.

창의적인 협력을 발휘했던 '참여형 워크숍'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평화운동의 희망과 좌절’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우선 조별로 나뉘어져 그림 등의 이미지를 통해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고, 이를 다시 정리해 퍼포먼스 등으로 조별 결과를 공유했다. 대개 올해 평화운동의 좌절에 대해서는 크게는 경제위기와 빈곤, 국가폭력 심화, 그리고 일상에 만연한 폭력 및 갈등 문제가 지적되었다. 반대로 평화운동의 희망에 대해서는 한창 뜨거웠던 촛불의 힘이 화두가 되었다. 이런 것들을 형상화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아이디어를 낸 뒤 노래, 연극, 그림 등을 만들어 보았다. 이런 방식은 서로가 금방 친해지기에도 좋았다.

참여형 워크숍은 이튿날에도 계속되었다. 이 날은 평화운동의 방법론을 고민하는 '유쾌발랄한 평화행동 발명하기', 평화운동가로서 지속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보는 '평화운동가로 살아남기', 평화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평화운동의 경계 허물기', 이렇게 세 주제로 나뉘어졌다. 내가 속했던 조는 ‘평화운동가로 살아남기’가 주제였다. 평소 평화활동가로서 들었던 삶 속의 고민과 희망을 솔직담백하게 나누고 또한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은 매우 재밌는 작업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동력요소에 해당되는 ‘뿌리’와 제도나 시스템에 해당되는 ‘줄기’, 창조적인 개선 아이디어를 ‘잎’으로 표현해 보았다. 여기서 나왔던 구체적인 아이디어들 중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 활성화, 활동가 안식월 제도 안착화, 사회복지문화 시설 사용 지원 및 활동가에게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 카드 제작, 은퇴한 활동가들이 모인 공동체 설립 등이 나왔다.

‘평화운동의 경계 허물기’라는 워크숍에서는 우리의 삶 속에서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 차별, 타인과의 차이를 넘지 못하는 장벽 등의 문제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계를 허물어가며 평화운동의 영역과 의제를 넓혀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한편으로는 각자의 활동에 치중하며 바삐 살아가는 현실의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어서 어떻게 운동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질문과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웃음꽃 활짝 피웠던 피스까페 프로그램들
 

평화활동가대회를 준비했던 ‘피스까페팀’은 그간 척박한 사무환경 속에서 고단한 노동을 해 왔던 활동가들이 모처럼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및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로비에 마련된 평화다방에는 온종일 커피 향기가 감돌고 있으며 참가자들이 직접 꾸민 자기소개 카드 전시, 짬짬이 찍은 행사 사진 슬라이드 상영회 등의 볼거리들이 널려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기가 속한 단체와 활동 홍보도 하면서 따스한 이야기꽃,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컬러테러피, 운동회 및 공동체 놀이, 수다방, 등산로 산책, 스윙댄스 강습 등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수시로 열어서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스윙댄스 시간에는 댄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 새 춤에 빠져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달아오르는 분위기는 밤까지 이어져 노래와 춤으로 흥겨운 뒤풀이가 매일 벌어졌다.

공동체 놀이에 흠뻑 빠진 참가자들
우리를 평화활동가대회로 이끄는 그 무엇
 

불과 2박 3일동안 70명 정도의 사람들 얼굴과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수 있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평화활동가대회에서는 그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그만큼 여기에 온 얼굴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답고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부산, 제주, 청주 등 먼 거리도 마다않고 힘들게 찾아온 평화활동가들도 있었다. 여기 모인 참가자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아주 소중한 자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이런 감동과 여운을 나누기 위해 평화활동가대회 마지막 인사는 언제나 ‘허그’로 끝맺는다. 참가자들 모두 돌아가며 서로를 꼭 껴안는데 때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사람들도 보이곤 한다. 올해도 사람들은 뜨거운 마음을 맞대며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고 내년 평화활동가대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나 역시 헤어짐 자체가 못내 아쉬워 어찌할 줄 몰랐다.

이번 평화활동가대회를 통해 평화운동에 대한 비전을 키우는 동시에 연대와 나눔의 싹을 키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뿌듯함이 든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평화운동은 걸음마 수준이고, 또한 우리에게 내재된 평화감수성마저도 너무 부족해 보여, 때론 평화 그 자체가 저 산 너머 무지개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2008 한국평화활동가대회’에서 바로 그 평화운동의 험난하면서도 긴긴 여정을 향해 희망의 팔을 쭉쭉 뻗어 본다. 그 용기는 이런 소중한 경험 속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사진출처 : 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694

Posted by Oversmiler